슈퍼바이크는 빠르게 달리기 위해 태어난 모터사이클이다. 따라서 한눈에 보기에도 바람을 가르고 달려나갈 것 같은 매끈한 디자인이 큰 매력이다. GSX-R1000 또한 스포츠카와 같은 유려한 디자인을 뽐낸다. 하지만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능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이다. 

스즈키 슈퍼바이크 GSX-R1000은 기존과 비교하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작아졌다. 그리고 군더더기가 없어졌다는 느낌이 확 든다. 스타일링 설계 콘셉트는 명확하다. ‘성능을 위한 형태’다.

그 목적은 섀시, 즉 사람으로 치면 뼈대부터 적용됐다. 신형 섀시는 구형에 비해 형상이 콤팩트해지고 무게는 가벼워졌다. 이로 인해 핸들링 응답성이 한층 개선되고 움직임은 간결해질 수 있다. 뼈대부터 다른 바이크는 달리는 일련의 과정, 가속, 선회, 정지 모든 부분에서 최대의 성능을 내는 데 자신감을 높여준다. 

슈퍼바이크의 기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1420밀리미터다. 기존보다 15밀리미터 길어진 대신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겼다. 바이크를 옆에서 봤을 때 전체의 중심점이 달라진 것인데, 프론트 축에서 스윙암 피봇까지를 측정했을 때 중심으로부터 앞쪽까지의 길이는 20밀리미터 짧아졌고, 뒤쪽으로는 40mm 길어졌다. 이렇게 무게 중심을 프론트 휠에 더 가깝게 하면 앞 타이어의 접지력을 늘려 핸들링을 날카롭게 만들 수 있다.

새롭게 설계된 메인 프레임은 민첩한 핸들링과 높은 접지력 유지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형 대비 무게는 가벼워졌고 폭은 좁아졌다. 메인 프레임의 가장 넓은 지점을 기준으로 하면 20밀리미터가 좁아졌고, 연료탱크 레일 사이의 길이 또한 20밀리미터가 좁아져 전반적으로 콤팩트하다. 

메인프레임은 강도를 최적화하고 FEM 분석 기술을 이용해 설계됐다. 기존 GSX-R1000 프레임에 비하면 10% 정도 더 가볍다. 또 프레임 부속품 설계와 용접점 지점이 변경됐다. 예를 들어 각 측면의 스티어링 헤드와 프론트 엔진 행거는 단일, 일체형 캐스트 구조의 일부로 포함된다. 신형 보강 스윙암은 강도를 최적화하고 레이스트랙에서의 정교한 핸들링을 개선해 준다. 

신형 GSX-R1000의 리어 서브프레임/테일 섹션은 재설계되어 기존 모델의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구조를 더 단순하게 만들었다. 가벼워진 알루미늄 튜브설계로 무게는 1킬로그램이나 감량했다.

인체공학적 형태의 연료탱크도 빼놓을 수 없다. 신형 연료탱크 윗부분은 기존 모델 탱크보다 21mm 낮아져 고속 직선 주행 시 라이더가 탱크에 바짝 엎드릴 수 있다. 연료탱크 뒷부분 또한 형상이 바뀌었다. 라이더가 좀 더 앞뒤로 쉽게 움직이며 차체를 컨트롤하기 편하게 한 것. 연료탱크 옆면도 디자인이 조금 바뀌었는데 특히 코너링할 때 지지하기가 좋도록 했다.

공기역학 차체는 최고속도를 낼 때 주행풍의 저항을 최소로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엔진성능을 개선해 1마력을 높이는 것보다도 결과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다. 2017년형 GSX-R1000은 MotoGP GSX-RR의 형태를 따왔다. 덩치가 컸던 구형에 비하면 프론트 카울이 특히 날렵해져 한눈에 봐도 변화를 알 수 있다.

속력이 오를수록 차체가 떠오르는 리프트 현상이 감소하고 공기저항계수는 기존 모델 차체와 비교해 크게 개선됐다. 가장 큰 효과는 프론트 카울의 전면 돌출부가 작아진 덕분이다. 신형 페어링은 구형 모델의 가장 넓은 부분 기준으로 16밀리미터나 더 작아졌다. 

공기 저항을 줄이려는 디자인 팀의 노력은 손톱만 한 볼트까지 영향을 미쳤다. 카울 마운팅 볼트가 전면 재설계되어 새로운 플랫-톱 모양으로 바꿔 공기가 저항 없이 흐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성능을 위한 디자인’ 설계에 걸맞은 집요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스즈키 램 에어 다이렉트 (SRAD)는 공기과급시스템으로 스즈키 스포츠바이크의 상징이다. 신형 SRAD 인테이크 덕트는 프론트 카울 앞 코 부분에 가까이 위치해 공기압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집중시켰다. 도입구는 이전보다도 커졌는데, 크기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헤드라이트는 작은 사이즈의 LED 타입을 채용했다. 도입구 내부는 공기가 부드럽게 흡입될 수 있도록 매끈해지고 공기의 체적흐름을 에어 박스에 담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디자인됐다.

성능에 대한 집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브레이크 레버마저 구멍을 뚫었다. 사실 공기저항보다는 브레이크 레버 드래그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초고속으로 달릴 때 레버 끝 부분이 공기저항에 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프터마켓 파츠로도 즐겨 사용되는 부품이다.

신형 GSX-R1000의 백미러는 구형처럼 방향지시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무게는 더 가벼워졌으며 방향지시등은 표준위치인 차체 사이드로 옮겨졌다. 헤드라이트를 포함해 방향 지시등과 나머지 등화류도 모두 LED 방식이다. 테일램프와 브레이크 램프는 수직 레이아웃으로 끝 부분을 날씬하게 다듬을 수 있게 했다. 리어 팬더는 더 가볍고 단순한 모양으로 바뀌었다.  

스즈키 GSX-R1000은 메인 슈퍼스포츠 바이크답게 윈드 터널에서의 풍동 테스트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또 실전 트랙에서의 테스트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경험이 풍부한 테스트 라이더와 레이서에게 피드백을 면밀히 주고받았다.

스타일링 설계자는 엔지니어링 팀과 함께 작업하면서 매우 긴밀하게 작업했다. 슈퍼스포츠 바이크의 고성능을 표현하는 ‘단단하고 날렵한’ 것이 주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보다도 기능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모든 디자인 힌트는 GP머신인 GSX-RR에서 가져다 썼다. 

사실 스즈키 슈퍼바이크가 가진 세로 수직형 이미지의 페이스 디자인은 GSX-R1000의 오랜 유산이다. 가장 기능적이고, 단순하며 간결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목적의식이 분명하다. SRAD 인테이크 덕트의 스타일, 볼륨 있는 차대, 연료탱크, 4-2-1 배기시스템의 형상이나 낮고 평탄한 시트의 디자인까지 기존의 장점만을 남기고 더욱 발전해왔다. 

스즈키는 2017년형 GSX-R1000을 두고 지금까지의 모든 GSX-R 슈퍼바이크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가장 빠르다고 확언했다. 모든 디자인이 성능 하나만을 위해 스케치 됐으며, 불필요한 부분은 가차 없이 바꿔버리거나 삭제했다고 한다. 우리 앞에 실차가 놓이면 꼭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들이 자신하는 ‘역대 최강 GSX-R’ 성능의 비밀이 차체 면면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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