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 트리시티의 강점은 LMW(Leaning Multi Wheel)이다. 기울어지는 멀티 휠, 즉 바퀴가 두 개가 아니라 세 개인데도 일반 바이크처럼 기울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개발의 원점은 어디였을까? 

LMW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양산형 모델은 트리시티125다. 기술의 핵심이 된 것은 전륜의 두 바퀴. 일반 스쿠터와 같은 차체 뒷부분과 이전 이륜 구조의 차체 앞부분을 결합해  LMW를 완성했다.

LMW의 앞바퀴는 어떻게 서로를 지탱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우선이었다. 딱딱한 재질의 골판지 상자를 바닥에 놓고 기울여 보면 이미지가 상상이 된다. 양 벽이 좌우 각각의 바퀴와 서스펜션이고, 윗벽이 차체와 앞바퀴 부분을 연결하는 기구, 아래 벽이 바닥이라고 보면 된다.

트리시티125의 개발을 담당한 다카노 씨는 프로젝트 시작 직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젓가락과 고무줄로 이론적인 개념을 잡았다. 과연 어떻게 이런 잡동사니로 아이디어를 확립했다는 것일까? 나무젓가락을 적당한 길이로 접어 세로로 나란히 고무줄로 고정하고 머릿속에 그렸던 구조를 입체적인 모형으로 만들어 본 것이 시작이었다.

앞은 두 바퀴를, 뒤는 하나의 바퀴를 가지는 레이아웃을 기초로 하면서도, 경쾌감과 안정감을 양립하기 위해서는 앞바퀴에 좌우 독립적인 완충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장비된 것이 캔틸레버 텔레스코픽 서스펜션이다. 링크끼리 수평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하중을 지지해주고 있는 구조다.  

앞 두 개의 바퀴를 기울이는 선회능력과 완충작용 기능을 독립시키는 이 시스템은 깊은 뱅크에서도 균일하게 경쾌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다. 구조상 무척 견고해 충격을 잘 흡수하면서도, 기울인 만큼 각도를 맞춰 두 개의 서스펜션과 두 개의 타이어가 정확하게 노면을 따라 달린다. 

병렬식 프로그램 링크 시스템은 LMW의 핵심기능이다. 선회 시 앞 두 바퀴가 차체와 일체가 되어 기울임으로써 자연스러운 조종 감각을 만들어낸다. 좌우 독립식 프론트 서스펜션을 지지하고 차체와 결합하는 이 링크는 항상 평행을 유지한다. 위아래로 2개의 암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 좌우 서스펜션을 장착하면 링크 주위를 정면에서 볼 때 차체 직립 시에는 직사각형, 기울이면 평행사변형이 된다.

병렬식 프로그램 링크는 기본적인 구조가 매우 간단하고 소형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 좌우 타이어의 접지 폭에 변화가 적기 때문에 안정감이 높으며 매우 자연스러운 조종감을 낼 수 있다.

앞 서스펜션에는 일반적인 모터사이클에 널리 사용되는 텔레스코픽 방식과 스쿠터에 일부  채용되는 보텀 링크 방식의 장점을 취합했다. 기본적인 모토는 자연스러운 핸들링이었기 때문에 텔레스코픽과 같은 작동감을 연출해내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차체 디자인을 고려해 캔틸레버식을 채용한 트리시티125는 프론트 휠 각각에 포크를 2개씩 가진다. 이는 트리시티만의 정체성이 됐으며 차체의 경량화는 물론 슬림화와 LMW에 요구하는 기능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휠 당 2개의 포크 중 정면의 것은 가이드 파이프의 역할을 하며, 뒤쪽의 포크만 쿠션 기능을 하는 구조다.  

여기에서 잠깐 텔레스코픽 방식과 보텀 링크 방식의 차이를 짚어보자. 텔레스코픽 방식 대부분 모터사이클이 사용하고 있는 포크 방식이다. 지름이 다른 2개의 통이 각각 아우터 튜브, 이너 튜브로 불리며 내부에 스프링 및 점도가 있는 오일이 들어가면서 신축성을 발휘한다. 양산성이나 신뢰성이 뛰어나고 가격도 적당하다.

한편 보텀 링크식은 일부 스쿠터 및 언더본 형태의 비즈니스 바이크 등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도 무게가 가볍고 비용 절감효과가 좋지만 스트로크(작동폭)의 한계가 명확해 충격 흡수기능을 어느 정도 수준이상 발휘하기 어렵다.

트리시티125의 앞바퀴 구조는 프론트 타이어가 맡는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절반으로 각각 분산되어 나뉜다. 특히 접지력에 한계가 명확한 노면에서 선회할 때나 급 제동 시 접지력에 여유가 늘어나는 것이 LMW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승차감을 기존의 이륜 모터사이클에 최대한 가깝게 연출했다는 것. 많은 사람이 기울이는 모터사이클 특유의 경쾌함과 조종의 즐거움은 그대로 두고도 안정성만 올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포인트다.

일반적으로 스쿠터는 배기량을 불문하고 뒷바퀴 스윙암과 구동계, 엔진을 일체화 한 유닛 스윙 방식을 채용하기 때문에 차체 뒷부분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트리시티125는 근본적인 구조 설계로 그런 맹점을 타파할 수 있었다. 

트리시티는 일반 스쿠터보다 중량이 쏠리는 앞 두 바퀴 구조로 전/후 무게 균형을 섬세하게 맞출 수 있었다. 50:50의 중량 분배 설계는 정통 스포츠 바이크나 MotoGP 머신이 추구하는 바와도 같았다. 이 부분에서도 트리시티125는 기존 스쿠터와 차별화된 스포티한 핸들링 특성이나 솔직한 승차감을 추구하는 데 한발 앞설 수 있었다. 

LMW가 가지는 장점 중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의 효과를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단차가 있는 노면 굴곡을 통과할 때다. 가장 흔한 상황이다. 앞 두 바퀴가 각각 독립적으로 장착된 서스펜션과 LMW기구가 작동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유럽의 거리와 같은 거친 노면에서도 충격흡수력이 높고 일관된 승차감을 유지할 수 있다.

젖은 맨홀이나 모래 섞인 도로에서는 어떨까? 전륜의 좌우 어느 한쪽이 그립을 잃었다 해도, 다른 하나가 받쳐준다. 노면이 안 좋아도 프론트 슬립이 날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 급한 제동 시에도 마찬가지다. 앞바퀴가 두 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보험이 하나쯤 더 있는 셈이다. 설령 한 쪽 바퀴가 잠긴다고 해도 나머지 한 쪽 바퀴가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에 전도할 위험은 줄어든다. 접지력을 발휘하는 타이어가 두 개이기 때문에 평소의 제동력이 두 배인 것도 당연한 원리.

모터사이클을 타다보면 강한 횡풍으로 고생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겠지만, 이륜차가 가지는 특성상 피할 수 없다. 무게감이 적은 스쿠터라면 더욱 심하다. 이럴 때 앞바퀴 두 개로 버티는 쪽이 훨씬 안정적이다. 흔들림이 적고, 양쪽 바퀴가 동시에 지탱해주기 때문에 확실히 바람의 영향이 적다.

천천히 저속으로 앞 차량을 따라 주행하는 정체 구간에서도 앞 두 바퀴의 위력은 발휘된다. 출발 직후나 정지 직전 극저속으로 움직여도 균형감이 좋고 안심된다. 타이어 두 개로부터 오는 놀라운 효과는 생각보다 많다.

트리시티125는 야마하가 새롭게 추구한 LMW의 개성을 잘 담고 있다. 첫 양산 모델 인만큼 작은 배기량에 일상생활에 써먹기 좋은 스쿠터에 구현되었으나, 앞으로 대형 레저용 바이크에도 활용될 여지가 크다.

MT 시리즈와 같은 2기통 혹은 3기통 고출력 엔진을 실은 스포츠 바이크에 앞 두 바퀴의 안정감이 더해진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자. LMW는 우리에게 아주 즐거우면서도 발칙한 상상을 낳게 한다. 상상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