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X-R의 성능 우선주의 철학은 여전하다. 거기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도 굉장하다. 오랜 시간 변화가 없었던 GSX-R1000에 대한 신형 모델의 자신감도 대단하다. 현 시점에서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쏟아부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신형 GSX-R1000은 600개 이상의 새로운 부품과 부속품으로 결합되었다. 목표는 분명하다. 오버 200마력을 내는 것이 1차 목표,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뒷받침하는 것이 2차 목표다. 

스포츠 바이크의 기본은 달리기(RUN), 돌기(TURN), 멈추기(STOP)다. 이 세 가지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 GSX-R의 기본 사상이다. 이번 GSX-R1000이 최신 첨단기술을 대거 활용하는 이유는 화려해 보이거나 비싼 가격표를 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위 세 가지 목적을 확실히 달성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조력자일 뿐이다. 보조 장비로 하여금 달리는 일에 있어서 라이더의 자신감을 높이고, 유용성과 편리성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MotoGP에서의 DNA를 받았다는 등의 표현을 쉽게 하지만, 실제로 GP에서의 긴 공백기를 가졌던 스즈키는 신형 GSX-R1000에 많은 최신 GP 기술을 옮겨 담을 수 있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200마력 이상을 발휘하기 위해서 현재로써는 첨단 전자기능이 필수다. GP에서 파생된 기술을 활용해 더욱 이해하기 쉽도록 시스템을 단순화했고, 이를 양산형 바이크에 투여했다. 

IMU(Inertial Measurement Unit: 관성 측정 장치)기반의 전자제어 시스템은 바이크를 잘 달리도록 하기 위해 수많은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32비트 듀얼 프로세스 ECM(전자 제어모듈)로 운영되며, 라이더가 스로틀 그립을 돌리면 눈 깜짝할 새에 많은 정보를 검출할 수 있다.

ECM은 실시간으로 스로틀 포지션, 크랭크샤프트 위치, rpm, 기어포지션, 프론트 및 리어 휠 스피드, IMU 포지션, 배출산소함량 등을 판독한다. 그러면 이 시스템은 점화시기, 스로틀 밸브 개폐를 조절하고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과 작동하는 주입연료량을 조절해 인테이크 충전 속도를 최대화하고 효율적인 완전 연소를 시도한다. 그 결과 전 회전역에 걸쳐 효과적인 트랙션 컨트롤과 알기 쉬운 선형 스로틀 반응을 만든다. 라이더로 하여금 더욱 더 컨트롤하기 편하게 하는 것이다. 

6방향, 3축으로 모터사이클 모션을 감지하는 IMU는 어떤 일을 할까? 가속/감속 시 앞뒤로의 쏠림(피칭), 코너링할 때 좌우로의 기울임(롤링), 그리고 강하게 가속해서 리어 그립을 잃을 때 앞 뒤 바퀴 축의 뒤틀림(요잉)을 감지한다. 모든 보조 장비의 개입은 이 감지 시스템의 실시간 데이터에 의해 작동 여부나 개입 정도를 결정한다.

스즈키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S-DMS)는 라이더가 매핑 및 엔진 파워 전달 특성을 설정할 수 있게 해 준다. 언제나 레이스 트랙에서 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도로에서의 스포츠 라이딩, 도심 주행용 세팅이나 긴 직선의 고속화 도로와 같은 다양한 상황에 따른 라이더의 취향에 맞춰 각기 다른 세팅으로 파워 전달 특성을 맞출 수 있다. 라이더는 왼쪽 핸들바 스위치를 이용해 쉽게 A, B, C 중 파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즈키 모션 트랙 TCS(Traction Control System)는 라이더가 도로나 레이스 트랙과 개인 성향 및 경험수준에 따라 10가지 다른 트랙션 컨트롤을 제공한다. 드라이브 모드와 TCS 선택은 주행 중에도 스로틀이 닫혀있는 동안이라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모션트랙 TCS는 IMU에 기반해, 프론트 및 리어 휠 속도, 스로틀 위치, 크랭크샤프트 포지션, 기어 포지션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한다. 때에 따라 트랙션 손실이 감지되거나 예상되면 엔진 파워를 감소시킨다. 출력은 점화시기와 스로틀 밸브 포지션을 통해 컨트롤한다. 또한 라이더의 스로틀 반응에 정확하게 응답하기 위해 천분의 4초마다 각종 센서로부터 입력된 내용을 판독한다. 

10가지 레벨 중 모드 1은 최소 개입레벨, 모드 10은 최대 개입 레벨이다. 모드 1-4는 레이스 트랙 라이딩용으로 설계됐다. 모드 5-8은 스트리트 라이딩용으로, 모드 9-10은 노면이 젖거나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선택하면 된다. 모드 1-4은 레이스 트랙에서 리어 휠 스핀 몇 단계를 허용해 최소한의 전자 개입을 선호하는, 경험 많은 라이더에 맞춰 설계됐다.

모드 5-8은 TCS가 조금 더 일찍 개입한다. 모터사이클이 어느 특정 기울기에 도달하면 시스템은 스로틀 반응과 파워 전달을 부드럽게 해 컨트롤이 쉽다. 휠 스핀이나 슬라이드가 감지되면 시스템은 즉시 파워를 감소한다. 모드 9-10은 도로가 젖거나 미끄러운 상태를 위해 설계됐고 가장 개입이 잦고 빠르다. 계기반에서 모션트랙 TCS 모드의 현재 설정 상태는 물론, 실시간 활성화 램프로 작동 시기를 알 수 있다.  

스페셜 모델인 GSX-R1000R은 레이싱 타입 양방향 퀵 시프트 시스템을 갖췄다. 따라서 라이더가 클러치나 스로틀을 조작하지 않고 기어를 오르내릴 수 있다. 노멀 모델은 퀵 시프터가 생략됐다. 기본적으로 트랙에서의 빠른 가감속을 위한 시스템이지만 일반 도로에서 사용해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는 장비인데, 아예 생략했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이 시스템은 자동으로 천분의 50초 내지 75초 중 민감도에 따라 트랜스미션 기어 도그를 내려 끊김  없이 가속할 수 있게 만든다. 기어를 내릴 때도 스로틀을 비틀어 블리핑(회전수를 맞추기 위한 변속 테크닉)하거나 클러치를 사용하지 않고 기어 쉬프트 페달을 밟아 기어를 내릴 수 있다. 시스템은 알아서 스로틀 밸브를 열어 rpm을 순간적으로 증가시키고 엔진속도를 다음 저단 기어비에 맞춘다. 

GSX-R1000R의 특혜는 또 있다. 런치 컨트롤 시스템이다. GP에 상식화된 이 시스템은 레이서가 출발선에서 스타트를 빠르게 하게끔 돕는다. 라이더가 스로틀 그립을 크게 열고 클러치 레버를 섬세하게 컨트롤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자동으로 엔진 rpm을 제한하고 토크 전달을 최적화한다. 라이더가 왼쪽 핸들 바 스위치를 이용해 런치 컨트롤을 선택하면 시스템은 스페셜 맵을 형성해 스로틀 밸브를 개방하고 점화시기를 컨트롤한다. 

출발하는 순간 시스템은 최대한 효율적인 가속을 위해 엔진회전을 고정하고, 클러치를 붙이는 순간 rpm은 제한받지 않지만 스로틀 개방이 조절되어 엔진은 강력한 가속을 위한 이상적인 토크를 유지한다. 이 시스템은 출발 가속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바퀴가 들려 가속력에 방해받을 가능성을 줄여준다. 런치 컨트롤 시스템은 라이더가 기어를 3단으로 올리거나 스로틀을 닫을 때 자동으로 해제된다.

다른 스즈키 바이크에 적용되고 있는 원터치 스즈키 이지 스타트 시스템도 적용됐다. 이는 엔진이 점화해 아이들링이 시작될 때까지 스타터 모터를 자동으로 회전하게 한다. 냉간 시 시동성을 개선하고 냉각수 온도에 따라 다양한 상태에서 엔진 아이들링을 안정시킨다. 간단히 말해 시동이 걸릴 때까지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있을 필요가 없다. 스마트키를 장착한 자동차처럼 스위치를 한번 툭 눌러주면 완전히 시동이 걸릴 때까지 셀프모터가 알아서 돈다. SV650에 적용된 것을 사용해봤는데,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한결 편리하다. 

로우 RPM 어시스트 기능도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정지 상태에서 움직이거나 서서히 달릴 때 스즈키 엔진회전수를 모니터해 시동이 쉽게 꺼지지 않도록 자동으로 rpm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라이더가 정지 상태에서 출발-정지를 반복하는 심한 교통체증 속에 있을 때 아무래도 클러치를 붙였다 떼는 피로도가 덜하다.

SCAS(스즈키 클러치 어시스트 시스템)는 기어를 강하게 내릴 때 클러치 플레이트에 기계적 압력을 감소해 슬립을 유도하고 백토크를 제한한다. 스포츠 주행 시 백토크는 리어 휠 접지력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장비 중 하나다. 또 냉각수 용량이 줄어든 대신 효율이 크게 늘었고, 커브 라디에이터는 높은 냉각성능을 갖췄다. 라디에이터 장착된 냉각팬은 기존 모델의 싱글 팬 대신 듀얼 팬으로 하나 늘었다. 

GSX-R1000의 핸들링 특성에 정확히 튜닝된 전자제어 스티어링 댐퍼도 기본 장비된다. 자동으로 고속에서 댐핑을 증가시키고 저속에서는 댐핑을 감소시킨다. 그 결과 고속주행 시 핸들링이 무겁고 한층 부드러워지며 저속에서는 정확하고 민첩하게 반응한다. 

GSX-R1000R 모델은 최신 Showa BFF (밸런스 프리 포크)를 갖추고 있다. 이는 처음에 레이싱용으로 개발됐으나 최근 대량 생산되고 있는 장비다. BFF 포크는 커진 내부 용량과 신속한 댐핑력이 장점이다. 코너링 트랙션을 증가시키고 좋지 않은 일반 도로에서도 효과가 좋다. 리바운드 댐핑, 컴프레션 댐핑과 스프링 프리로드 모두 외부에서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리어 쇽도 마찬가지로 고사양이다. BFRC 라이트 리어 쇽 옵서버는 높은 댐핑 컨트롤로 고속과 저속에서 별도의 댐핑 조절을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일반 도로에서의 트랙션을 늘려준다. 고사양 파츠라서 단지 레이스 트랙에서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기본형부터 브렘보 제품이다. 디스크 로터는 직경이 10mm 더 커진 320mm이다. 각 디스크에는 마운팅 포인트를 줄인 신형 하이브리드 마운팅 시스템이 적용됐다. 앞바퀴의 래디얼 마운트 모노블록 캘리퍼는 모두 4개의 32mm 피스톤으로 작동되며, 래디얼 펌프 19mm 마스터 실린더와 함께 작동한다.

모션트랙 브레이크 시스템도 중요한 장비다. IMU에 의해 검출된 바이크의 움직임을 측정, 트랙에서 아주 강한 브레이킹을 시도하면 리어 휠 리프트를 줄이고 특히 내리막 구간에서 안심하고 강하게 브레이킹할 수 있다. 스페셜 모델인 GSX-R1000R의 경우는 피칭(앞뒤 쏠림)뿐 아니라 롤링(좌우 기울임)에도 반응해 브레이크 압력을 최적화한다. 이른바 코너링 ABS라고 보면 된다.

가벼운 6스포크 캐스트 알루미늄 휠과 조합된 브릿지스톤 RS10 래디얼 타이어는 다양한 외부조건에서 지속적인 성능과 내구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신형 GSX-R1000은 리어 타이어 사이즈가 변화되어 기존 190/55ZR-17에서 190/50ZR-17로 편평비가 줄었다. 직선 주행할 때 늘어난 파워를 감당하기 위한 조치다. 

GSX-R1000의 전면-LCD 계기판은 가볍고 콤팩트한 사이즈다. 풀 디지털 방식으로 기본형은 흰 배경, 스페셜 모델은 검은 배경이다. 6단계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고 기어 포지션 램프와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는 변속 알림 램프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피크 홀드 기능(가장 높은 최근 rpm을 일시적으로 표시)장비의 고장 유무나 ABS작동, 트랙션 컨트롤 및 냉각수 온도, 오일 압력 경고등이 패널 좌우에 배치됐다. 

최신형 바이크답게 GSX-R1000 및 GSX-R1000R 두 모델 모두 LED 헤드라이트를 장비했다. 두 모델의 차이는 헤드라이트 양 옆의 포지션 라이트다. 테일라이트 또한 LED 기본 사양이다. 리어를 슬림하게 보이게 하는 디자인을 갖췄고 리어 펜더는 더욱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북미사양을 제외하고는 두 모델 모두 LED 방향지시등이 기본이다. 

신형 GSX-R1000을 보면 유럽 브랜드를 제외하고 일본 브랜드 중에서도 전자장비 채용에 가장 인색했던 스즈키가 확실하게 변화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신 장비는 물론이고 노멀 버전과 스페셜 버전의 차이를 두는 방법으로 값비싼 레이싱 장비도 아낌없이 장비했다. 고집을 버린 것에 대해 스즈키는 일반 라이더가 도로에서 200마력이 넘는 강력한 엔진을 컨트롤하기에 전자장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한다.

깊게 생각해보면 오랜 시간 잠자고 있던 이전 연식의 GSX-R1000은 최대출력이 비교대상에 비하면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만큼 전자장비의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는 뜻이다. 모든 브랜드가 1리터급 양산 슈퍼바이크에 200마력을 넘어섰다. 또 다른 판도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스즈키는 여기에 물러서지 않고 GSX-R1000만큼은 과거의 고성능 이미지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왕년의 슈퍼바이크 마니아라면 누구라도 2017년형 모델을 타보고 싶어할 것이다. GSX-R1000이 처음 등장했던 이래로 이렇게 대폭 변화한 시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예정된 국내 공개는 내년 봄이다. 어서 베일을 벗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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