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휠세트를 고를 때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이 낮은 회전저항과 무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림의 높이나 휠 강성, 브랜드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취향이 반영되기도 한다. 

앞서 자이언트의 가비아 튜브리스타이어(GAVIA Tubeless tire)를 소개했는데, 이와 함께 짝을 이루며 자이언트 휠시스템을 완성하는 두 종류의 바퀴를 소개한다. 바로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한 하이프로파일 림의 SLR 에어로(SLR AERO)와 경량 로우프로파일 림의 SLR 클라이밍(SLR CLIMBING) 휠 시리즈다.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이언트는 카본 로드바이크 프레임 제조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이고 있다. 마케팅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무게대비 프레임 강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인정받는 레이스 프레임이 바로 자이언트 TCR 어드밴스 SL(GIANT TCR ADVANCED SL)이다. 무게대비 강성에서 최고라는 것, 이는 동급의 무게라면 더 강하고, 같은 강성이라면 더 가볍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대단한 실력을 갖춘 메이커가 휠을 만들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편이 이상하다. 자이언트는 2012년 P-SLR1 휠시스템과 함께 출사표를 던졌다. P-SLR1은 카본/알루미늄 하이브리드 림의 경량 튜브리스 휠로 제작되었지만, 타이어는 튜브를 사용하는 클린처(Clincher)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자이언트는 2015년 선보인 풀 카본 휠인 SLR 0 휠과 함께 이번에 선보인 가비아 타이어를 통해 튜브리스타이어의 시대를 열어갈 것을 선포했다.

 

자이언트 휠의 성능을 향상시킨 혁신적인 기술

자이언트는 자사 공장에서 제품생산을 고집하는 메이커다. 자이언트의 기술에 대한 집착은 어떤 메이커와 비교해도 지지 않으리라. 어느 정도냐 하면, 카본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카본 원사만을 외부업체에서 구입하며, 원사를 직조하거나 배열한 다음 레진을 입혀 프리프레그를 만드는 과정까지 자사 공장에서 직접 해낸다. 카본 원사는 일본의 토레이, 타이완의 포르모사 등으로부터 공급받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이언트는 업계 표준을 월등히 뛰어넘는 뛰어난 성능의 레진을 개발했다. 일반적인 카본 소재에 사용되는 레진의 산업표준은 160도의 TG(Glass Transition Temperature, 유리전이온도)를 갖는다. 이는 160도 이상으로 뜨거워지면 카본의 구조가 물렁물렁해지기 시작하며 형상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흔히 말하는 열변형이 오기 시작하는 온도가 160도라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나 자이언트가 카본 휠에 사용하는 레진은 독자기술로 개발한 것으로 245도의 열에 견딜 수 있다. 이를 사용해 제작된 자이언트 카본 휠은 브레이킹 시 발생하는 높은 열에 더 잘 버티며 뛰어난 내구성을 보여준다. 이것만 보아도 자이언트의 뛰어난 카본 기술을 가늠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자이언트의 카본 휠은 가벼운 무게와 함께 가격 경쟁력까지 뛰어나다.

또한 자이언트의 SLR 휠세트 시리즈에는 자전거의 휠을 구성하는 스포크가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힘을 받는다는 점에 착안해 장력을 다르게 조절한 ‘DBL(Dynamic Balanced Lacing)’ 기술을 적용했다. 바퀴가 힘을 받으며 회전할 때, 끌어당기는 스포크와 밀어내는 스포크의 굵기와 장력이 다르다. 휠이 가만히 있을 때는 불균형 상태지만, 회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전체적인 장력이 균형을 이루며 뛰어난 동력전달효율과 높은 강성을 지니는 것이 자이언트 휠의 특징이다.

최근 11단 변속시스템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늘어난 프리허브 보디의 폭 때문에 스포크 플랜지의 좌우 간격이 줄어들어 측면 강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드라이브 사이드로 코너링을 할 때 휠에 부담이 간다는 것이 자이언트의 생각이다. 자이언트의 이번 휠은 옵티마이즈 앵커 포인트(Optimized Anchor Point)기술을 적용해 드라이브 사이드의 스포크가 2mm정도 더 밖으로 나오게 만들어 휠의 강성을 높였다. 

자이언트 SLR 휠 라인업은 2종류의 림 높이와 2가지 등급, 즉 4종의 휠로 구성된다. SLR 0 에어로와 SLR 0 클라이밍 휠은 경량 카본 림과 DT스위스 스타래칫을 적용한 허브로 구성된 최상급 모델이며, SLR 1 에어로와 SLR 1 클라이밍 휠은 동일한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을 우선시한 모델. SLR 0과 SLR 1 두 휠의 외관은 거의 비슷하며, 공기역학적 성능과 튜브리스타이어를 기본 지원한다는 점도 똑같다. 

 

SLR 0 에어로 휠시스템(SLR 0 AERO WHEELSYSTEM)

SLR 0 에어로 휠시스템은 55mm의 하이 프로파일 림을 사용해 공기역학적 요소를 강조한 휠세트다. 림 넓이는 23mm의 와이드림을 가지고 있고, 튜브리스타이어 장착이 가능하다. 무게는 앞, 뒤 세트로 1,535g이다.

특이한 점은 스포크 쪽에 있다. DT스위스(DT SWISS)의 DT에어로라이트(DT AEROLITE), DT에어로콤프(DT AEROCOMP) 스포크를 사용했으며, 위에서 이야기했던 DBL 기술이 적용되어 끌어당기는 스포크와 밀어내는 스포크의 굵기가 다르다. 또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스포크의 니플이 림 안으로 들어가 있는 히든 니플(Hidden Nipple) 방식을 선택했다. 

뒷바퀴 허브는 DT스위스가 공급하는 스타래칫을 적용했는데, 이는 두 개의 톱니 판이 허브 축을 중심으로 맞물려 동력을 전달한다. 간단하지만 정교한 구조로 톱니의 모양이 촘촘할수록 페달링 시 휠의 반응 속도가 빠르다. 스타래칫 방식의 허브는 특수한 공구가 없어도 쉽게 정비와 세척을 할 수 있다. SLR 0 에어로 휠시스템은 주로 평지를 고속으로 달리는 라이더에게 추천한다. 가격은 210만 원.

 

SLR 0 클라이밍 휠시스템(SLR 0 CLIMBING WHEELSYSTEM)

SLR 0 클라이밍 휠시스템은 가벼운 무게를 강조하는 휠로 로우프로파일 림을 사용하고 있다. 림 높이는 30mm고, 앞, 뒤 세트로 1,335g의 무게로 튜브리스 휠 중에서는 가벼운 축에 속한다. SLR 0 에어로 휠시스템과 림 높이에 따른 무게 이외에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정도로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DBL 기술이 적용되어 DT스위스의 DT 에어로라이트, DT 에어로 콤프 스포크를 사용했고, 스타래칫 시스템도 똑같이 적용되어 있다. SLR 0 클라이밍 휠시스템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라이더를 위한 휠이다. 가격은 195만 원이다.

 

SLR 1 에어로 휠시스템(SLR 1 AERO WHEELSYSTEM)

SLR 0와 함께 등장한 바로 아래의 라인업이 바로 SLR 1이다. SLR 1 에어로의 높이 55mm 림은 SLR 0 에어로와 외관상으로는 큰 차이점이 없다. SLR 1 에어로 휠시스템은 SLR 0와 마찬가지로 DBL 기술과 옵티마이즈 앵커 포인트 기술이 적용되었는데, DT스위스의 스포크와 스타래칫이 아니라 조금 더 무거운 샤핌 레이스(Sapim Race)와 샤핌 레이저(Sapim Laser) 스포크와 폴 구조의 허브가 적용되었다. SLR 1 에어로 휠시스템의 무게는 1,700g으로 SLR 0 에어로보다 165g 더 무겁다. SLR 1 에어로 휠시스템의 가격은 135만 원으로 큰 부담 없는 가격에 카본 튜브리스/클린처 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SLR 1 클라이밍 휠시스템(SLR 1 CLIMBING WHEELSYSTEM)

SLR 1 클라이밍 휠시스템 또한 높이 30mm 림의 SLR 0 클라이밍 휠시스템과 거의 동일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DBL 기술과 옵티마이즈 앵커 포인트 기술을 적용, 샤핌 레이스와 핌 레이저 스포크를 사용하고 폴 구조의 허브를 채택했다. 앞뒤 휠 전체 무게는 1,424g으로 역시 SLR 0 보다는 90g 더 무겁다. 하지만 ‘1400g대 튜브리스 휠’이 결코 무거운 것은 아니니 가볍고 튼튼한 휠을 원하는 라이더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되지 않을까? SLR 1 클라이밍 휠시스템의 가격은 웬만한 경량 알루미늄 휠세트보다 저렴한 130만 원이다.

 

자이언트 SLR 0 에어로 휠시스템 & SLR 0 클라이밍 휠시스템 시승

휠의 제원과 특징을 살펴보았으니 실제로 타볼 차례다. 지난번 SLR 1 휠세트 라인업은 자전거와 함께 시승을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최상급인 SLR 0 에어로 휠시스템과 SLR 0 클라이밍 휠시스템을 경험해볼 차례. 자이언트 가비아 SLR 튜브리스 레디 타이어를 장착한 뒤에 두 명의 테스트라이더에게 각자 취향과 주행성향에 맞는 휠을 선택하도록 했다.

자전거가 아니라 휠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동일한 프레임의 자전거에 휠만을 교체, 우선 SLR 0 에어로 휠시스템의 시승을 진행했다. 55mm의 하이 프로파일 림은 주변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언제나 시선 집중이다.  

자이언트 SLR 0 에어로 휠시스템을 장착한 TCR 어드밴스 프로, 페달을 밟기 시작할 때 첫 느낌은 조금 묵직하지만 굉장히 부드럽게 굴러갔다. 하이프로파일이지만 1,500g 초반의 무게는 준수한 편. 조금 속도를 내면서 밟아보니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느낌이 경쾌하다. 페달링을 살짝 늦춰도 관성을 잃지 않고 활강속도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속도 지속능력에 놀랐다.

제동감 또한 카본 휠 특유의 둔한 초기반응이 아니라 빠르고 날카로운 반응이다. 자이언트는 자체 브랜드의 브레이크 패드를 사용한다. 자이언트에 따르면 브레이크 패드는 ‘고무와 코르크를 혼합한 컴파운드’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림과의 궁합이 좋기 때문일까? 긴 브레이킹에도 일정하며 높은 수준의 제동력을 낸다. 브레이크와 함께 우수한 그립의 가비아 튜브리스타이어는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안정적인 제동, 뒤따르는 급한 코너링에도 두려움 없이 경사 코너를 돌아나간다. 700×25C 타이어임에도 둔한 느낌이 없고 훌륭한 접지력이 더해지니, 어느 정도 파워를 가진 라이더라면 ‘재미있게 탈 수 있는 바퀴’라는 것이 분명히 보인다. 

다음에 테스트할 모델은 SLR 0 클라이밍 휠시스템이다. 가벼운 휠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느껴보기 위해 클라이밍 테스트를 진행했다. SLR 0 에어로와는 정확히 반대, 페달을 밟는 순간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정말 가볍다. 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휠의 무게가 중요한데, 확실히 가벼워진 만큼 순발력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했다. 밟으면 바로 빠른 반응성을 보여주고, 산에서 댄싱을 할 때도 경쾌한 승차감을 보여줬다.

사실 카본 휠을 가지고 라이딩을 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다운힐에서의 제동력과 열로 인한 림의 변형이다. 급한 경사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서 코너 바로 앞의 급제동에도 무리 없이 브레이크킹을 할 수 있다. 사실 추운 날씨에서의 테스트이기에 림의 열변형에 대한 부분은 언급할 수 없다. 다만 충분히 예열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훌륭한 제동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다시 한번 타 볼 기회가 있다면 마음껏 브레이크를 잡으며 다운힐을 해보고 싶다. 설마 자이언트가 보증하는 최상급 휠인데 큰일 있을라고...

 

휠은 자신의 라이딩 스타일과 취향에 맞춰서!

시승을 진행하면서 휠을 바꿔가며 테스트했지만 SLR 0 에어로 휠과 SLR 0 클라이밍 휠에 대한 평가는 비슷하다. 그러나 호불호에 대해서는 테스트라이더의 평가가 다르다. 역시 “하이프로파일 림은 스프린터에게 어울려!” 라거나, “로우프로파일 림은 가벼운 클라이머의 무기야!” 같은 평가는 주관적이다. 필자 역시 휠을 테스트했지만, 오히려 북악의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하이프로파일 휠세트가 반응이 빨라 더 마음에 들었을 정도니, 결국 자신에게 무엇이 잘 어울리는지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본인인 셈이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타입의 휠을 선호하는가? 하이프로파일과 로우프로파일, 경량과 가성비. 자이언트 SLR 휠시스템이라면 그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최고의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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