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지나고, 2017년이 시작되었다. 2017년을 맞이해 프로사이클링의 세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암사이클링과 상위권의 강팀이던 틴코프의 갑작스러운 해체로 선수의 활발한 자리 교체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신생 팀에도 뛰어난 선수들이 영입되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2017년 사이클링 스포츠 팬이라면 꼭 지켜봐야 할 UCI 주요 월드투어 레이스를 소개한다.

 

산토스 투어 다운 언더(SANTOS TOUR DOWN UNDER)

장소 :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
레이스 일정 : 2017년 1월 17일 ~ 1월 22일
2016년 우승자 : 사이먼 게런스

1월 17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되는 산토스 투어 다운 언더는 매년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첫 월드투어 경기다. 연중 내내 따뜻한 날씨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6개의 스테이지, 총 828.5km의 사막과 바닷가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코스를 달리는 상상을 한다면 로맨틱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UCI 랭킹을 결정하는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시즌 초반 레이스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산토스 투어 다운 언더는 늘 오스트레일리아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다. 이유는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상대적으로 북반구에 위치한 유럽의 선수들이 겨울에 추위로 인해 인도어 트레이닝을 즐기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선수인 사이먼 게런스가 2006년, 2012년, 2014년에 이어 2016년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선수들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이런 예상을 산산조각 내버릴 예상치 못한 레이스가 펼쳐진다면 더 재미있어질지도 모른다.

 

투어 오브 카타르(TOUR OF QATAR)

장소 : 카타르
레이스 일정 :  2017년 2월 6일 ~ 2월 10일 
2016년 우승자 : 마크 카벤디쉬

카타르의 광활한 사막에서 열리는 투어 오브 카타르는 스프린터를 위한 투어 레이스라고 불린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오르막 구간이 거의 없는 평지 위주의 코스로 뜨거운 태양과 강력한 모래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힌다. 넓은 도로 위에서 바람을 피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펠로톤의 모습이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되며, 매 스테이지 마지막 구간에서 팀의 메인 스프린터를 우승시키기 위한 팀 간의 치열한 자리싸움이 인상적이다. 2016년 우승자는 마크 카벤디쉬며, 톰 부넨이 우승을 4회나 차지한 적이 있다.

 

파리-니스(PARIS-NICE)

장소 : 프랑스
레이스 일정 : 2017년 3월 5일 ~ 3월 12일
2016년 우승자 : 게런트 토마스

파리-니스는 본격적인 유럽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레이스면서 동시에 1935년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진 레이스다. 에디 메르크스, 자크 아크틸 등 위대한 챔피언이 우승을 차지한 이력이 있고, 프랑스에서 열린다는 것과 주관사가 같다는 이유로 ‘작은 투르 드 프랑스’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날씨가 풀린 3월이라고 하지만 아직 쌀쌀한 날씨로 인해 종종 사고가 발생하며, 2016년에는 스테이지3 진행 중 폭설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사건이 있었다. 2016년에는 팀 스카이의 게런트 토마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밀란-산레모(MILANO-SANREMO)

장소 : 이탈리아
레이스 일정 : 2017년 3월 18일
2016년 우승자 : 아노드 드마레

1907년 시작된 밀란-산레모는 하루에 어마어마한 장거리를 가야 하는 레이스로 유명하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부터 아름다운 꽃과 노래가 있는 산레모까지 달리는 이 경기는 2016년 295km, 2015년 293km로 원데이 클래식 로드 레이스 중 가장 긴 거리를 달린다. 오르막이 많지는 않지만 장거리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빠른 선수가 아닌 체력이 좋은 선수가 유리하다. 2016년 우승은 FDJ팀에 아노드 드마레가 차지했다. 

 

플랜더스 투어(TOUR OF FLANDERS), 파리-루베(PARIS-ROUBAIX)

장소 : 벨기에(플랜더스 투어), 프랑스(파리-루베)
레이스 일정 : 2017년 4월 2일(플랜더스 투어), 4월 9일(파리-루베)
2016년 우승자 : 피터 사간(플랜더스 투어), 메튜 헤이먼(파리-루베)

매년 봄에 열리는 플랜더스 투어와 파리-루베는 스프링 클래식을 대표하는 경기다. 파리 루베는 1896년, 플랜더스 투어는 1913년 처음으로 열린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두 레이스 모두 코스에 파베(Pave, 사각형 돌 블록으로 이루어진 구 도로) 구간이 포함되어 있어서 선수들에게 굉장히 높은 난이도로 다가온다. 코스의 높은 난이도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관중의 볼거리가 많으며, 많은 업체가 이 레이스를 통해 제품의 성능을 입증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신제품을 테스트할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자.

 

지로 디 탈리아(GIRO D'ITALIA)

장소 : 이탈리아
레이스 일정 : 2017년 5월 5일 ~ 5월 28일
2016년 우승자 : 빈센초 니발리

‘핑크를 위한 전쟁’이라고 불리는 시즌 첫 그랜드 투어다. 사이클링 팬에게 본격적인 그랜드 투어 시즌을 알리는 레이스로, 우승자는 핑크색 저지를 입게 된다. 2017년 100회를 맞이한 이번 지로 디 탈리아는 21스테이지에 총 3,572.2km, 하루 평균 170.1km를 달려야 하는 레이스다. 초반에는 평지 스테이지 위주로 펼쳐지지만 후반에는 유명한 이탈리아의 산악 구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2016년 우승자인 빈센초 니발리는 이번 지로 디 탈리아에 고향인 시칠리아를 지나가는 스테이지에서 꼭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기대된다.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장소 : 프랑스
레이스 일정 : 2017년 7월 1일 ~ 7월 23일
2016년 우승자 : 크리스토퍼 프룸

3대 그랜드 투어 중 최대 규모의 이벤트이자 ‘최대의 사이클링 축제이자 최고의 자전거 레이스’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있는 투르 드 프랑스. 많은 사이클링 선수가 이 위대한 레이스의 노란색 우승 기념 저지인 마이요 존느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며, 관중은 이 모습에 열광한다. 팀 스카이의 크리스토퍼 프룸이 2013년, 2015년에 이어 2016년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강력한 후보이자 틴코프의 리더였던 알베르토 콘타도르가 스테이지 1,2에서 두 번의 낙차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스테이지 9을 100km 남기고 레이스를 포기하였다. 이번에 콘타도르가 팀을 옮긴 이후 낙차를 피해 원래의 실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레이스의 대결구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부엘타 아 에스파냐(LA VUELTA CICLISTA A ESPANA)

장소 : 스페인
레이스 일정 : 2017년 8월 19일 ~ 9월 10일
2016년 우승자 : 나이로 퀸타나

3대 그랜드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레이스로 스페인 전역을 누비며 레이스를 펼친다. 2016년 레이스에서는 스테이지 초반 퀸타나와 투르 드 프랑스의 챔피언인 프룸과의 엎치락뒤치락 경쟁에서 퀸타나가 적극적으로 방어에 성공해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지로디 탈리아에 이어 2016년 부엘타 아 에스파냐에 우승한 나이로 퀸타나는 26살의 젊은 나이에 두 개의 그랜드 투어에서 우승한 떠오르는 별이 되었다. 매년 바뀌는 우승자로 이번 레이스에서는 누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UCI 도로 세계 선수권대회(UCI ROAD WORLD CHAMPIONSHIPS)

장소 : 노르웨이, 베르겐
레이스 일정 : 2017년 9월 17일 ~ 9월 24일
2016년 챔피언 : 피터 사간(2016 엘리트 남자 도로레이스)

UCI 도로 세계선수권대회는 한 해 사이클링 시즌을 마무리하고, 타임 트라이얼, 23세 이하 타임 트라이얼, 로드레이스 등 각종 종목에 대한 우승자를 가리는 레이스다. 그중에 사이클링팬이 가장 관심이 있는 종목은 유명 사이클리스트의 치열한 경쟁을 볼 수 있는 엘리트 남자 도로레이스 경기다. 

작년 카타르에서 열렸던 경기에서는 2.4km를 남기고 네덜란드의 톰 리저 선수가 마지막 어택을 시도했지만, 우승을 노리는 스프린트 선수의 가속에 결국 따라잡혔고, 리드아웃 선수들과 스프린터의 자리 싸움 끝에 카벤디쉬와 톰 부넨을 앞지르고 피터 사간이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에는 중세의 분위기를 간직한 노르웨이의 베르겐에서 경기가 개최되어 치열한 경쟁 속 아름다운 풍경이 기대된다.

 

투어 오브 광시(TOUR OF GUANGXI)

장소 : 중국
레이스 일정 : 2017년 10월 19일 ~ 10월 24일

2017년 월드 투어에서 큰 이슈 중 하나는 중국의 레이스가 월드 투어에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중국의 완다 그룹이 주최하는 투어 오브 광시다. 이는 중국이 사이클링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보여주고 있는 레이스로, 레이스를 주관하는 완다 그룹의 회장인 왕젠린은 이번 레이스를 통해 중국의 잠재력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국의 첫 월드 투어 이벤트가 세계적인 사이클리스트에게 어떻게 자리 잡게 될지 굉장히 궁금하다.

기사에는 11개의 레이스만 소개했지만 이번에 UCI에서 발표된 월드투어는 총 38개로 기존 27개보다 대폭 늘어났다. 그리고 월드투어 이외에도 한국의 투르 드 코리아나 말레이시아의 투르 드 랑카위 등 많은 한국 선수가 출전해 기대감을 모으는 레이스도 있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힘들게 달리는 선수를 응원하는 재미, 코스의 풍경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2017년 어떤 선수가 전 세계 자전거인의 마음에 최고의 선수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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