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강력한 슈퍼바이크를 원한다. 강력한 엔진 파워는 슈퍼바이크의 상징이자 매력이기 때문이다. 200마력을 넘는 파워를 손목 하나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200마력이 넘는 엔진을 가진 200kg의 차체는 누구나 압도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차체를 내 맘대로 휘두를 수 있다면 어떨까? 좌, 우로 언제든 생각하는 대로 내 몸과 하나 된 듯 움직이는 슈퍼바이크. 모든 스포츠 라이더가 꿈꾸는 슈퍼바이크의 이상형이다.

이렇듯 슈퍼바이크는 단지 잘 달리기만 해서도, 잘 움직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마치 예측한 듯 움직여주는 것이 베스트다. 이는 단지 엔진 파워, 혹은 섀시, 서스펜션, 전자장비 중 하나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조화가 중요하다.

 

GSX-R 시리즈 탄생 이래 30년간 백만 대 이상 판매된 플래그십 모델

GSX-R 시리즈는 30년 넘는 세월 속에 진화되어 왔다. 무려 1백만 대 이상 판매되었는데, 그 시초는 전설적인 GSX-R750이었으며, 2001년 이후로는 GSX-R1000이 새로운 플래그십으로 자리 잡았다. 리터클래스 슈퍼바이크 경쟁을 촉발했고, 지금까지도 스즈키 GSX-R1000은 혼다, 야마하, 가와사키를 비롯한 일본 4사에 있어서 오랜 경쟁의 아이콘이다.

2017년형은 모든 부분이 풀 체인지된 새로운 모델이나 다름없다. 600여 개의 새로운 부속품으로 바꾸면서 그동안의 오랜 공백기를 메우고 다시 성능 경쟁에 뛰어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수년간 이렇다 할 체인지없이 명맥만을 이어온 시절에도 GSX-R1000을 고집하는 라이더가 많았다는 것이다. 

 

양산차 베이스, 경기에서 검증된 성능과 내구성

이유는 하나다. ‘신뢰’였다. 1, 2년을 고사하고 체인지되는 타사 경쟁 모델보다  리스크가 적고 특성이 한결같다는 것이다. 이는 슈퍼바이크가 단순히 숫자 경쟁으로만 승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신 모델은 아무래도 가장 최근의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모든 스펙 수치에서 유리하겠지만, 정작 슈퍼바이크를 타는 라이더는 그것을 전부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뜻.

스즈카 내구레이스라는 경주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스즈카 경주 또한 그것보다 큰 개념의 세계 내구 챔피언십 중 일부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총 4번의 레이스를 펼치는 이 내구레이스 챔피언십은 양산형 모델을 가지고 누가 가장 고장이나 트러블없이 지속적으로 한계까지 달려 골인하는가를 다루는 흥미로운 경주다. 단순히 순간 최고성능만을 다루는 일반적인 레이스와는 개념이 다르다. 

이 월드 슈퍼바이크 내구레이스 챔피언십에서 GSX-R1000은 지난 15년간 무려 12회 시즌 챔피언을 차지했다. 그 중 전설적인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는 15년간 8회 우승으로 독보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역시 전통성이 깊은 볼도르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도 15년간 11회 우승하는 등 내구레이스 계에서 스즈키 GSX-R1000의 이름은 누구라도 넘볼 수 없는 높은 입지를 굳혀왔다.

내구레이스뿐 아니다. 양산차를 기준으로 하는 레이스에는 항상 GSX-R1000의 이름이 눈에 띈다. 미국 내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인 AMA 슈퍼바이크 선수권대회에서도 지난 15년간 10회 시즌 챔피언을 지냈고, 월드슈퍼바이크 챔피언십(WSBK)을 비롯해, 영국(BSB), 일본(JSB1000) 슈퍼바이크 선수권대회에서도 33회 우승을 하는 전력을 가졌다.

 

WGP 전설 케빈 슈완츠가 전하는 올 뉴 GSX-R1000 테스트 소감

위와 같이 GSX-R1000이 유독 양산형 슈퍼바이크의 경쟁에서 강한 비결은 무엇일까?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을 기반으로 한 요소 때문이다. 엔진, 섀시,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이 순간 최고 성능이 아닌 지속적인 내구력을 바탕으로 최고 성능을 꾸준히 낼 수 있는 것이 GSX-R1000의 전통적인 영향력이자 힘이다.

그런 스즈키가 양산차량에도 최신기술을 유감없이 접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바로 지구에서 가장 화려한 웍스머신의 전투장, MotoGP 무대에 재진입한 것이다. 2017년형 GSX-R1000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GP에 뛰어든 뒤 가장 적극적으로 양산차에 기술을 적용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레이싱계에서 전설로 불리는 케빈 슈완츠는 인상적인 엔진의 미드레인지 토크와, 프론트 엔드의 뛰어난 접지감, 피드백에 대해 칭찬을 쏟아냈다. 머릿속에 수많은 슈퍼바이크의 데이터와 장단점이 들어있을 그였다. 그의 피드백은 단지 스즈키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도전적인 GSX-R1000의 신선한 충격이 담겨있었다.

 

'달리기, 돌기, 서기' 기본에 충실한 진화

케빈 슈완츠의 평가에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있었다. 달리고, 돌고, 서는 모터사이클의 기본 3대 요소다. 보통 ‘성능’이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이 세 가지가 함축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기가 쉽지 않다. 스펙을 달성했다면, 그 다음은 밸런스의 문제다.

 

배기량 999.8cc, 202마력 12kgm의 강력한 엔진

GSX-R1000은 일단 언더 1리터의 배기량으로 최대한 파워를 뽑아냈다. 스즈키하면 병렬 4기통 엔진의 흉포한 파워를 떠올리듯 당연히 신형 엔진의 파워는 동급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 수치상 202마력은 일반인이라면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수치다. 게다가 순간 토크는 12kgm에 달한다. 과거라면 오버리터 바이크에 가까운 순간 토크다.

 

모토GP 기술, 광역 파워시스템으로 전 영역에서 폭발적인 파워를 만들어 내다

하지만 202마력에 달하는 파워도 사용하기 어렵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출발하는 순간의 아이들링 rpm부터 서서히 솟아나오는 파워는 전통적으로 레이서 레플리카 바이크 중에서 가장 저중속 토크가 좋았던 과거의 GSX-R1000의 성향을 그대로 닮아있다. 신형은 그런 장점을 더욱 보강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력을 쏟아 넣었다.

스즈키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만큼 꺼내 쓸 수 있는 오버 200마력’을 실현하기 위해 ‘광대역 파워 시스템’이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나 탑 피드 인젝터, 핑거 팔로워 밸브 트레인, 가변 배기 시스템과 같은 어려운 용어는 굳이 기억할 필요 없다. 그 결과에 만족하면 된다. 쉽게 말해 출발부터 시속 300km까지 전 영역에서 미친듯이 가속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공기 과급 시스템 스래드(SARD)의 진화, 흡기 효율 높여

GSX-R750이 ‘스래드’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이유는 엉뚱하게도 과거 구형의 둥그스름했던 GSX-R750리어 카울 옆면에 부착된 한 장의 스티커 때문이다. 'SRAD'라고 써있고 그 아래 작게 Suzuki Raim Air Direct라는 문구가 있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한 번쯤 GSX-R750을 타본뒤 시트에서 내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이크를 훑어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바로 SRAD(스래드)였던 것이다. 당시 뇌리에 박힌 그 문구가 20여 년 지난 지금까지도 GSX-R이라는 모델명대신 ‘스래드’로 통용된다는 것은 당시 일반 라이더에게 이 바이크의 엔진 파워에 대한 임팩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신형으로 진화하면서 스즈키는 SRAD에 대한 연구를 놓지 않았다. 이를테면 고속 영역에서의 전면 공기 과급 시스템인데, 고속 출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17년형 GSX-R1000은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해 도입구 디자인을 더 크게 확대했다. S-DSI로 폭발력이 좋은 공기가 고속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실린더에 투입될 수 있도록 구조를 다듬었다.

 

쉬운 컨트롤, 레이스트랙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제공

모든 이야기가 결국 스트리트에서 화끈하게 탈 수 있는 슈퍼바이크라는 점을 지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GSX-R1000의 캐치프레이즈는 하나다. ‘트랙을 점령하라’ 조금 유치할 수 있는 문구이지만 이번 신형이야말로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트랙을 처음 달리는 이조차 다단계 트랙션 컨트롤로 인한 컨트롤을 쉽게 할 수 있고, 모든 상황이 관성 장치의 정보로 제어되기 때문에 흡사 GP머신에 가까운 지능적인 조종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바이크가 모든 것을 도와주니 라이더가 할 것이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런 정보 대신 가속하고 돌고, 서는 기본적인 라이딩 스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반 트랙 라이더라면 훨씬 ‘달리는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고, 남과 경쟁해야 하는 레이서라면 ‘고도의 집중력’에 올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정밀한 코너링과 브레이킹 퍼포먼스

차대는 최대한 가볍고 슬림한 방식으로 제작돼 라이딩포지션이 부담스럽지 않다. GSX-R1000R의 경우 양방향 퀵시프트가 기본 적용되어 GP머신 못지않은 쉬프팅 퍼포먼스를 누구나 쉽게 낼 수 있다. 

일반 서스펜션보다 댐핑 용량이 훨씬 큰 빅 피스톤 포크와 밸런스 프리 쇽이 기본이며, 제동력에서 의심할 여지없는 브렘보 사의 래디얼마운트 브레이크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갔다. 플로팅 디스크 또한 T드라이브 타입의 브렘보 최신 기술이 적용되어 지속적인 강한 브레이킹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꾸준한 제동력이 큰 무기다.

 

첨단 전자장비로 안정성과 편의성 높여

신형 모델에는 참 의외성이 많다. 스즈키답지 않은 친절함이 가득 녹아있다. 관성장치는 모든 전자장비를 컨트롤하기 위한 기본장비라고 쳐도, 일명 코너링 ABS라 불리는 모션 트랙 브레이크, 여러 단계로 주행 상황에 따라, 일반 도로에서라면 기분 따라 고를 수 있는 주행 모드 셀렉터, 그리고 레이스에서 0.01초가 아쉬운 라이더에게 특혜가 될 런치컨트롤 시스템이 그렇다.

하물며 초보자를 위한 장비도 있다. 일상용 스포츠 바이크인 SV650이나 GSX-S750에 기본적용된 원터치 이지 스타트 시스템으로 가볍게 시동을 걸 수 있음은 물론, 로우 rpm어시스트로 도심 속에서 자동차 꽁무니를 쫓아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한결 편하게 클러치를 조작하게 하는 배려로 왼손을 쉬게 할 수 있다. 타협없는 스즈키가 자랑하는 최상급 라인의 슈퍼바이크가 이런 배려를 가졌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스즈키는 계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력이 긴 라이더라면 과거 GSX-R시리즈의 태동이자 스즈키 슈퍼스포츠 전설의 시작이었던 GSX-R750의 화려한 명성이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즈키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스즈키는 모든 기술력을 GSX-R1000에 오롯이 쏟아 붓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맛보고 즐길 수 있는 타이밍이다. 이 고집스러운 일본인이 자존심을 내던지고 만든 슈퍼바이크 GSX-R1000, 고루한 이미지를 벗고 완전히 탈바꿈된 이 머신, 한번쯤 타보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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