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모터사이클로 여행을 떠나는 낭만적인 꿈을 꾼다. 새로운 길을 달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언제 생각해도 설레는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확실한 준비물이다. 바꿔 말하면 도구, 즉 여정을 함께 할 모터사이클에 대한 신뢰는 필수적이다.

여행이라는 것은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대한 유희다. 매번 같은 일상을 박차고 나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의 길이라고 믿는 일반적인 통론의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계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운전자의 피로도에 따라 스트레스는 커질 것이며, 다양한 기후를 온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이륜차 특성상 다음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이 될 수도 있는 일. 

모터사이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와 모터사이클 두 가지로 함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여행용 모터사이클은 덩치가 무척 크고 무게도 무겁다. 먼 거리를 가기 위해 충분한 파워를 가져야 하므로 배기량이 넉넉한 1,000cc 이상의 엔진이 유리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덩치도 커진다. 

덩치가 크면 대부분 부담스러워 하지만 이점도 많다. 먼 여행에는 기민한 운동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주행 안정성이기 때문이다. 시속 100km 이상의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꾸준히 이동해야만 일정을 소화할 수 있고, 그런 속도에서 오는 주행풍이나 노면의 잔 충격이나 엔진 진동은 커다란 페어링을 갖춘 차체가 운전자를 한결 편하게 보호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유행한 어드벤처 투어러 장르는 장거리 투어링 바이크였던 기존의 온로드 중심의 럭셔리 투어러의 다목적형이라고 보면 쉽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온로드 투어링을 위한 도구이지만, 한편으로는 포장이 서투른 길이나 흙으로 덮인 시골길, 혹은 도로라고 보기 어려운 험한 길도 주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오프로드 주행이 고려되어 있어, 차체 곳곳에서 관련된 파츠를 확인할 수 있다. 

 

출발부터 강력한 토크의 100마력 V트윈 엔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높이고 있는 이 어드벤처 투어러는 해가 갈수록 경계가 모호해진다. 애초부터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멀티 퍼포즈 캐릭터를 가졌기에 정체성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스즈키는 브이스트롬 시리즈를 이 장르의 대표주자로 내세우면서 온로드 90퍼센트, 오프로드 10퍼센트 정도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는 활용하기 나름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설계는 그런 목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 설정은 다분히 대중적인 통계에 의한 현명한 처사다. 사실 어드벤처 투어러라는 장르로 따지자면 좀 더 오프로드, 좀 더 험로 주파 성향을 가진 것일수록 멋져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를테면 거친 오프로더 이미지의 SUV도 사실 타고 보면 말끔히 닦인 도심 도로주행에 최적화되어 있듯, 멋진 오프로더 이미지를 위해 포장을 그럴싸하게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이스트롬도 일부 그런 성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꽤 정직한 콘셉트를 지향한다. 말하자면 분명히 온로드 바이크 성향이 짙다는 것이다. 그것도 로드스포츠 바이크에 가까운 성능을 가지고 있다. 차대와 서스펜션은 강성이 충분하고 단단한 세팅, 엔진은 로드스포츠인 TL1000S에서 빌려왔을 만큼 스포티하다. 결코 작지 않은 배기량의 리터클래스 V트윈 엔진이지만 고회전도 매끄러운 설정이다. 

그럼에도 엔진은 4,000rpm에서 최대 토크 10kgm대를 내는 아주 토크풀한 저회전 위주 특성을 갖고 있다. 세팅의 차이가 분명히 나는 것이다. 반면 고회전으로 돌려도 엔진 회전은 아주 매끄럽게 돌며 최대 출력인 100마력을 내는 데도 순식간이다. 이 말은 5단이나 6단으로 느긋하게 주행하다가도 스로틀을 확 감는 것 만으로도 폭발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힘을 언제나 장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큰 연료탱크와 높은 연비로 긴 항속거리

앞서 말했듯 장거리 주행은 모터사이클에 대한 신뢰와 논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는 항속거리에 대한 스트레스도 포함된다. 항속거리라는 것은 연료를 가득 채우고 얼마나 먼 거리를 무급유로 지속 주행할 수 있느냐인데, 여기서 브이스트롬의 높은 연료효율과 넉넉한 20리터짜리 연료탱크 용량이 빛을 발한다. 메이커가 발표한 공식 연비로 계산해보면 항속가능거리는 약 414km에 달한다. 동급 타 모델에 비해서도 가장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수치다.

 

날렵하고 컴팩트한 차체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디자인은 역시 어드벤처 바이크다운 터프한 면모가 드러난다. 부리모양 앞 페어링 디자인과 큰 앞 휠, 크고 널찍한 시트와 단단해 보이는 포크, 그리고 핸들 바까지. 하지만 리터급 어드벤처 바이크다운 풍채를 가졌음에도 정면이나 후면에서 바라보면 생각외로 차폭이 슬림하다.

이는 앞, 뒤로 배치된 90도 경사 실린더가 가진 V트윈 엔진의 이점이기도 한데, 그나마 가장 넓은 부위는 핸들 폭으로, 모터사이클다운 슬림함이 돋보인다. 이런 점은 운전자의 심적 부담요소를 줄여주기도 한다. 

 

IMU 관성센서 채용, 차량의 모든 움직임을 감지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신형 브이스트롬1000XT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첨단 장비의 추가다. 관성 측정 장비를 추가해 앞, 뒤 쏠림은 물론, 좌, 우로 기울어지는 각도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브이스트롬은 이를 안전한 제동성능을 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즉, 모션 트랙 브레이크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쉽게 말해 코너링 중에도 브레이크를 잡으면 차체가 갑자기 일어서거나 거동을 방해하는 일이 없이 단지 속도만을 줄여줄 수 있다.  

센서가 앞, 뒤 휠의 회전속도를 측정하고, 동시에 기울기를 감지해, 코너링 중에 돌발 상황이 발생해 운전자가 급히 브레이크를 작동한다 해도 앞, 뒤 브레이크의 압력을 유연하게 조절해줘 바퀴 잠김을 막는 것은 물론 차체가 방향을 바꾼다든지 하는 방해요소를 줄이고자한  것이다. 특히 이는 앞 브레이크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주행하다가 코너링 상황임도 인지하지 못한 채 감속하고 싶으면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브레이크 레버를 움켜쥐는 일반적인 도로의 라이더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스마트 ABS와 앞뒤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의 조화

반가운 사실은 여기에 앞뒤 연동 브레이크 기능이 함께해 도로용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아주 훌륭한 조합을 보인다. 즉, 앞 브레이크 레버만으로도 직진 주행, 와인딩 주행, 험로 주행 등 모든 상황에서 마음 편하게 감속하고 제동할 수 있다는 것. 

서두에 언급한 여행을 위한 도구 개념의 투어링 바이크로써 반가운 기능이다. 또 대부분 모터사이클 운전자가 가속보다는 감속이나 제동 기술에 취약한 만큼 주행 안정성 부분에서 큰 점수를 줄 만한 기능이다. 

 

3단계 트랙션 컨트롤로 모든 환경에서 미끄러짐을 통제

전 세대의 브이스트롬에서 성능이 충분히 입증된 트랙션 컨트롤도 건재하다. 3단계로 작동하는 트랙션 컨트롤은 제동뿐 아니라 가속을 만끽하는 데 있어서 어느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강력한 저중속 토크를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저회전 중심의 엔진의 폭발적인 토크를 노면 눈치보지 않고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대배기량 트윈 바이크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변속 시 백토크를 줄여주는 슬리퍼클러치 적용

클러치리스 퀵 시프트같은 기능은 어드벤처 바이크인 브이스트롬에 적용되어 있지 않지만, 대신 급하게 기어를 내려도 엔진 브레이크의 저항을 줄여주는 슬리퍼 클러치를 적용해 안정감있는 라이딩을 돕고 있다. 급하게 기어를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인데, 그럴 때 스로틀을 감아 순간적으로 회전수를 맞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슬리퍼 클러치는 그런 상황에서도 차체 거동을 안정화시키며 가장 효과적인 비용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다.  

 

모험에 있어 튜브리스 스포크휠과 테이퍼드 핸들바는 기본

브이스트롬650XT에 이어 1000도 XT 버전이 추가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바와 같이 와이어 스포크 휠은 튜브가 삽입되어 펑처가 나면 곤란하지만, 브이스트롬1000XT가 가진 튜브리스 타입 스포크 휠은 튜브를 넣지 않고 일반적인 온로드 타이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 걱정이 없다. 게다가 XT버전에만 적용된 테이퍼드 핸들바는 핸들 가운데를 잡아주는 체결 부위의 직경이 두꺼운 타입으로, 주로 격한 충격을 많이 받는 오프로드 타입의 바이크에 채용되는 파츠다. 강성 면에서 일반 파이프 타입보다 윗 급이라고 할 수 있다. 

 

너클 가드와 엔진가드는 기본, 높아진 윈드스크린

과거 액세서리 파츠로 별도 구매가 필요했던 몇 가지 필수 파츠가 기본적용된 것은 지갑 사정에 도움이 된다. 브이스트롬1000XT에 들어가는 너클가드는 방풍성이 뛰어나 장거리 투어링 바이크로써 톡톡한 효과를 발휘한다. 대낮에 더웠던 날씨도 해가 지면 기온이 내려가고 지속적인 주행풍은 손시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핸들 조작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모터사이클 라이더의 컨디션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점은 구형에 비해 윈드 스크린의 높이가 비약적으로 올라갔다는 점이다. 5cm가 위로 이동해 한눈에 봐도 주행풍 차단 기능이 탁월해 보인다. 탄성을 이용한 라쳇 기어 방식을 사용해 한 손으로도 주행 중 높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간편함은 그대로다. 전도 시 파손을 대비해 방향지시등이 프론트마스크 상단으로 이동한 점도 세심하다. 

 

손쉽게 조절 가능한 앞 뒤 서스펜션

앞, 뒤 서스펜션은 수동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전자식도 좋지만, 매번 조절하는 것이 아닌 것을 굳이 무게가 더 나가는 장비를 추가해 전자식으로 만들 필요성을 못 느낀 모양이다. 앞 포크는 가라앉는 쪽, 늘어나는 쪽 방향을 모두 조절해 입맛대로 세팅할 수 있으나 전문가와 함께 조금씩 특성을 이해하며 맞춰나가는 쪽을 추천한다. 

리어 서스펜션은 초기 하중의 경우 시트 아래에 나와있는 큰 다이얼을 돌려 맞출 수 있으며 텐덤라이딩이나 짐을 적재할 때 추가된 차량 무게에 손쉽게 대응할 수 있다.

 

정체 구간 편리한 주행을 위한 보조장비

SV650이나 슈퍼바이크 GSX-R1000에도 나란히 적용되는 보조장비, 로우 알피엠 어시스트,와 이지 스타트 기능도 기본 포함되어 있다. 유럽대륙에서는 브이스트롬을 데일리 바이크나 통근용은 물론 여행용, 레저용으로 폭넓게 활용하기 때문에, 시가지 주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이런 보조장비를 개발했다고 한다.

특히 로우 알피엠 어시스트는 정차 후 출발 시 클러치를 붙이는 시점에서 아이들링 회전수 밑으로 rpm이 떨어지지 않도록 회전수를 유지해주는 기능으로 차량 정체 시 아주 유용하다. 12볼트 전자기기 소켓은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등 배터리를 소비하는 전자장비를 주행 중에도 사용하고 싶을 경우 사용하면 된다. 

 

모험을 지원하는 다양한 액세서리

차량과 매칭이 잘되는 스즈키 순정품 액세서리는 브이스트롬을 개발할 때부터 함께 기획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외품보다 신뢰가 높다. 자체 기능성에도 문제가 없어 용량이 크고 견고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신형에는 톱케이스에 풀페이스 헬멧을 두 개 넣을 수 있는 55리터 대용량 품목을 추가해 반응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전도시 차체를 보호하는 라디에이터 가드나 윈드스크린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보강해주는 윈드디플렉터 등을 추가해 편의사양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한편 브이스트롬1000XT의 시트고는 850mm로 동급 평균치인데, 기호에 따라 낮은 높이의 로우시트나 랠리 바이크 수준으로 높은 하이시트을 추가하면 순정품과는 또 다른 주행감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브이스트롬은 스즈키가 의도한 방향대로 온로드 주행성에 큰 비중을 둔 다목적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다. 그러면서도 섀시나 서스펜션, 엔진 성향은 기존의 온로드 스포츠만큼 경쾌하며 사용자 친화적이다. 즉,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리터클래스 어드벤처 투어러다. 

많은 사람이 어드벤처 바이크의 거친 이미지를 선호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런 바이크를 가지고 오프로드 주행을 얼마나 할까’하며 온로드 전용 풀페어링 투어링 바이크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브이스트롬은 그런 면에서 아주 현실적인 대안이다. 

기존의 베스트셀러를 연구해 과한 것은 전부 버리고, 꼭 필요한 것은 담았다. 또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브이스트롬에 맞게 보강하고 다듬었다. 이번 신형 브이스트롬1000XT는 기존의 모든 부분에서 확실한 ‘개선’이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제품이다. 기존에도 좋았지만, 아쉬웠던 점을 모두 보강했다.

사람 마음이란 갈대와 같아서, 또 경쟁 모델에게 첨단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시야가 좁아질 것이다. 하지만 명백히 알아야 할 것은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기능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것이 ‘합리’이고 거기에 몰두한 것이 브이스트롬1000XT라는 결과물이다. ‘실리냐, 과잉이냐’는 고민의 선택은 소비자가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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