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전거 부품 메이커 짚(ZIPP)은 창립 당시부터 ‘카본 복합소재’와 ‘에어로다이내믹스(Aerodynamics, 공기역학)’라는 두 가지 분야에 특화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1980년대만 해도 자전거 분야의 에어로다이내믹스란 낮은 자세와 유선형의 부품으로 저항을 줄이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짚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에어로 휠과 컴포넌트의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자전거 및 부품 메이커가 에어로다이내믹스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ZIPP은 특별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신제품에 적용할 뿐 아니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고, 풍동 실험실에서 검증한 다음, 선수에게 공급해 성능을 검증한다. ‘네스트(NEST)’라 불리는 엄격한 보안 시스템이 유지되는 연구소에서는 지금도 자전거를 더 빠르게 달리게 해줄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짚 네스트 연구소가 내놓은 최고의 레이스용 휠에는 ‘NSW’라는 이름이 붙는다. 그중 최신작이 바로 ‘454 NSW’ 휠이다. 짚 454 NSW는 기존의 자전거용 휠과 전혀 다르게 림의 안쪽이 원이 아니라 톱니모양을 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454 NSW의 톱니 모양 림 - ‘소우투스’ 디자인의 비밀

454 NSW가 어떤 휠인지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제원이다. 454 NSW의 림은 안쪽이 울퉁불퉁하게 굴곡진 ‘소우투스(SawTooth)’ 디자인을 적용했다. 스포크가 결합되는 부분이 가장 높고, 점차 낮아지다가 다음 스포크가 결합되는 부분에서 다시 올라오는 굴곡이 반복된다. 이 굴곡을 ‘하이퍼포일(HyperFoil)’이라 부른다. 454 NSW 림의 하이퍼포일에서 가장 돌출된 부분의 높이는 58mm이며 낮은 곳은 53mm다. 참고로 404 NSW의 림 높이는 58mm다. 

사실상 454 NSW는 404 NSW의 업그레이드 모델로 볼 수 있다. 림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의 구성은 454와 404 NSW가 동일하다. 하지만 짚은 454 NSW가 404보다 가볍고 빠를 뿐 아니라, 10도의 요(Yaw) 각의 바람이 부는 환경에서 바람이 자전거를 옆으로 미는 힘을 60g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짚의 설명이다. 

요약하자면 짚 454 NSW는 404 NSW보다 더 빠르고, 303 NSW와 동급의 핸들링 성능을 낸다. 림의 디자인이 바뀐 것만으로 이정도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전 모델인 404 NSW도 이 톱니모양 패턴을 이용해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시도(ABLC SawTooth Technology)를 했다. 404 NSW의 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454 NSW와 비슷한 톱니형태로 배치한 요철무늬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454 NSW는 림 전체의 형태를 톱니모양으로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이런 톱니모양의 림이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는 사실 바다 속을 헤엄치는 혹등고래의 지느러미 모양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혹등고래의 지느러미에는 불규칙한 혹이 나 있는데, 이 혹이 물을 가를 때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며 지느러미를 따라 흐르는 물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거의 버스 한 대만 한 거대한 몸집의 고래가 민첩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바닷속에서 물을 부드럽게 가르는 효과가 있다면 분명 공기를 부드럽게 가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사실 혹등고래 지느러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물결모양 디자인은 이미 요트의 방향타나 풍력발전기의 프로펠러 등 여러 분야에 사용되어 큰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발전기 프로펠러에 이 디자인을 적용해 무려 10%의 전기를 더 만들어낼 수 있었고, 에어컨의 팬에 적용하면 소음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디자인을 자전거의 바퀴에 적용했을 때도 공기저항 감소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짚 454 NSW가 기존 상식을 깨는 소우투스 림을 만들어낸 이유다. 짚은 404 NSW의 소우투스 림을 개발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6,000시간의 CFD 시뮬레이션을 했고, 250시간의 풍동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35개의 프로토타입 휠 중 지금의 소우투스 형태를 선택했다. 

여기에 짚이 자랑하는 기술 중 하나로 림 표면에 골프공과 비슷한 요철을 만들어 공기저항을 줄이는 ‘ABLC 딤플’ 또한 업그레이드했다. 454 NSW에는 기존의 원형 딤플을 육각형으로 바꾼 ‘헥스 핀 ABLC 딤플(HexFin ABLC Dimple)’ 디자인을 적용했다. 림 표면을 따라 흐르는 공기의 경계층이 만드는 저항을 줄이고 측풍에 대한 안정성을 높여준다.

또 454 NSW의 특징 중 하나는 림 표면에 데칼을 부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면의 로고와 무늬는 림에 직접 인쇄한 것으로, 데칼이 만들어내는 저항과 무게마저 줄이기 위한 짚의 집념을 보여준다. 

브레이크트랙은 쇼스토퍼(Showstopper)라는 탄화규소 코팅 기술을 적용해 454 NSW 휠은 림 전체를 카본으로 만들었음에도 알루미늄 휠 이상으로 강력한 제동성능을 낼 수 있다. 특히 휠세트 패키지에 포함된 짚 ‘탄젠트’ 브레이크 패드와 함께 사용하면 제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운힐, 특히 커브가 많은 내리막일수록 브레이크의 성능이 중요하다. 커브 바로 앞에서 재빨리 속도를 줄일 수 있는 휠을 사용한다면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고 기록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제원에 따르면 림의 폭은 27.8mm로, 기존의 파이어크레스트 림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트랙 아래쪽이 부풀어 오른 ‘뚱뚱한’ 림 단면을 사용한다.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한 형태이며 최근 레이스에서 사용하는 ‘와이드’ 타입 타이어와 함께 사용할 때의 궁합이 좋다. 단, 기존의 휠과 비교했을 때 림 폭이 넓기 때문에 구형 브레이크캘리퍼를 사용하는 자전거에는 장착이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코그니션 허브 - 자석을 이용한 래칫 저항 감소

454 NSW의 림이 공기저항을 줄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면, 회전저항을 줄이는 것은 ‘코그니션(Cognition)’ 허브다. 454뿐 아니라 짚의 NSW 등급 휠에 공통으로 적용한 코그니션 허브는 최상급의 베어링뿐 아니라 자석을 이용한 액시얼클러치(AxialClutch)라는 동력전달방식을 사용해 공회전 시 저항을 줄이고, 페달링 시 추진력을 극대화한다. 

코그니션 허브의 내부를 들여다보기는 무척 쉽다. 자전거 프레임과 맞물리는 부위의 캡을 제거한 다음 프리허브보디를 손으로 잡아당기면 쉽게 분리된다. 안에는 두 장의 강철 링이 맞물려 있는데, 이 강철 링은 스프링이 아닌 허브 안에 들어있는 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해 밀착되는 구조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래칫 앤 폴(Rachet and Paul) 방식에 비해 회전저항이 적다.

7075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직경 17mm 액슬은 가볍고 단단하다. 앞뒤 허브 셸은 7075 알루미늄을 깎아 만들었고, 프론트 허브의 경우 스포크헤드가 결합되는 부위를 허브 셸 안쪽으로 숨겨 공기저항을 극한으로 줄였다. 프론트 허브의 무게는 110g, 리어 허브의 무게는 225g이다. 스포크는 샤핌 CX-레이 스트레이트 풀 타입을 사용하며, 베어링은 카트리지 프레스방식으로 스테인리스스틸을 이용해 만들었다. 

 

짚 454 NSW 패키지 구성

454 NSW는 짚이 가진 모든 기술을 동원해 만든 마스터피스라 할 만한 휠이다. 기존 404 NSW만 해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노릴 만한 초고성능 휠이었지만, 454 NSW는 자신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초월했다. 

라이드매거진이 실측한 짚 454 NSW 휠세트의 무게는 프론트 휠이 678g, 리어 휠이 837g으로 휠세트 전체의 무게는 1,515g이다. 짚이 공개한 제원상 무게보다 오히려 10g이 더 가볍다. 타이어는 클린처 타입을 장착하며, 튜블러 타입의 모델은 나오지 않는다. 

앞뒤 휠은 각각의 패키지로 포장되어 제공되며, 개별로 구입할 수 있다. 각각의 패키지에는 휠과 함께 짚 탄젠트 타이어와 짚 탄젠트 브레이크패드, 티타늄 퀵릴리스 스큐어, 휠 백이 제공된다. 가격은 프론트 휠 240만 원, 리어 휠 290만 원으로 휠세트 전체 가격은 530만 원이다. 국내 공급은 스램 그룹 컴포넌트의 국내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HK코퍼레이션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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