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환경규제와 함께 모토GP 규정 변경 등으로 많은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의 라인업에 변화가 보이는 가운데, 기존 슈퍼스포츠 라인업 대부분을 단종했던 스즈키가 2025년 말 새로운 슈퍼스포츠 제품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다시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즈키의 스즈키 토시히로 사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슈퍼스포츠 신제품의 출시에 대해 언급했다.

혼다를 비롯해 많은 브랜드들이 2027년 모토GP 규정 변경에 맞춘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스즈키 토시히로 사장은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규정에 맞춰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여기서 말한 규정은 타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모토GP 규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토GP는 2027년부터 기존 1,000cc 모터사이클의 규정을 850cc로 낮출 예정으로, 이에 맞춰 각 브랜드에서는 준비하는 제품의 윤곽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혼다는 지난 EICMA 2024에서 새로 개발하고 있는 비대칭 V형 3기통 E-컴프레서 엔진을 공개했는데, 기존 CBR1000RR-R의 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슈퍼차저(E-컴프레서)를 제외한 엔진을 레이스에 맞도록 튜닝해 새로운 모토GP 모델에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야마하 역시 CP3 엔진으로 MT-09를 비롯해 다양한 파생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가장 최근에는 슈퍼스포츠인 YZF-R9까지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 생산 및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모토GP 규정 변경에 대응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두카티는 배기량을 낮췄지만 무게 역시 크게 줄여 효율성을 높인 신형 V2 엔진을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파니갈레 V2를 지난 EICMA에서 공개했다.

슈퍼스포츠 플래그십인 GSX-R1000을 대체하는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즈키는 유럽 및 아시아 등 유로 5+ 환경규제 시행 국가에서 GSX-R125와 GSX-8R 2개의 슈퍼스포츠 모델만을 판매하고 있고 기존 GSX-R1000, R750, R600 등의 모델을 전부 단종시킨 상태인데, 올해 신제품이 추가되면 슈퍼스포츠 라인업에서 가장 큰 공백인 플래그십 모델 GSX-R1000 자리를 대체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즈키 토시히로 사장은 일정에 대해 “다음 EICMA를 기대해달라”며 2025년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되는 EICMA 2025 현장에서 신제품을 공개할 것임을 암시했다.

모토GP에서 철수함으로써 현재 스즈키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레이스팀은 없다. 사진은 GSX-R1000R로 참전중인 요시무라 SERT 모튤 팀

다만 그는 “이런 계획이 레이스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스즈키는 모토GP나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십(SBK), WEC(World Endurance Championship) 등 유수의 레이스 경기에서 팩토리 팀(브랜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식 팀)을 운영하지 않는 상태다. WEC 올 시즌 경기에서 GSX-R1000R이 챔피언에 오르기는 했으나 이는 스즈키 팩토리팀이 아닌 프랑스의 요시무라 SERT 모튤 팀에서 참가해 이뤄낸 결과다. 레이스에 참가하지 않아도 규정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이렇게 자사 제품으로 레이스에 참가하는 팀들이 있고, 이런 모델들의 레플리카 모델들이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이 당연한 만큼 레이스 참가와 레이스 규정에 맞는 모델을 내놓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것.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운영중인 팀 스즈키 CN 챌린지 프로젝트

다만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하는 ‘팀 스즈키 CN 챌린지 프로젝트’에는 계속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는데, 여기서는 GSX-R1000R을 기반으로 바이오 기반 연료 40%와 바이오 기반 엔진오일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 연료 및 엔진오일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레이스 배기 시스템 개발을 위해 요시무라가 참여했고, 브리지스톤도 재활용 소재 비율을 높인 타이어 테스트를 위해 합류하고 있다. 올해 경기에선 우승팀보다 4랩 뒤쳐진 정도에 그쳐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전 세계적으로 모터사이클 산업 전반이 쉽지 않은 상황을 겪고 있고, 심각한 위기를 맞은 브랜드도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야 하는 숙제는 모든 브랜드들이 동시에 받아들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즈키는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으로 하나의 엔진을 만든 후 여러 파생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스즈키 토시히로 사장이 언급한 신모델 역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비어있는 리터급의 자리를 메워줄 신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기반으로 슈퍼스포츠, 네이키드, 투어러 등 다양한 제품들이 연이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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